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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덤 - 박노해 올 어린이날만은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공장장님 로얄살롱도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한참 피를 흘린 후에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비닐 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우고정형이 부탁한 산재 관계 책을 찾아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 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 2017. 7. 6.
한 사람이 있는 정오 한 사람이 있는 정오 - 안미옥 어항 속 물고기에게도 숨을 곳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낡은 소파가 필요하다 길고 긴 골목 끝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작고 빛나는 흰 돌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지나가려 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진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복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진심을 들킬까봐 겁을 내면서 겁을 내는 것이 진심일까 걱정하면서 구름은 구부러지고 나무는 흘러간다 구하지 않아서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나는 구할 수도 없고 원할 수도 없었다 맨손이면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나는 더 어두워졌다 어디석은 촛대와 어리석은 고독 너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오래 기도했지만 나는 영영 나의 마음일 수밖에 없겠지 찌르는 것 휘어감기는 것 자기 뼈를 깎는 사람의 얼굴.. 2017. 7. 6.